큐비트 두 개를 나란히 놓고 각각 재 봅니다. 둘 다 0이 절반, 1이 절반. 측정 결과만 적어 놓으면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.
그런데 이 둘은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. 측정 확률이 똑같이 50:50이어도, 서로 다른 상태일 수 있습니다. 확률만으로는 큐비트를 전부 설명하지 못합니다. (한 단계 더 보기)
두 개의 50:50
H만 건 큐비트를 |+>, 여기에 Z 게이트를 하나 더 건 큐비트를 |−>라고 부릅니다. 둘 다 |0>·|1>로 측정하면 0과 1이 각각 50%로 나옵니다. 측정 결과만 보면 완전히 똑같습니다.
확률이 아니라 방향이 다르다
그런데 두 상태는 같지 않습니다. 데모의 나침반을 보면 |+>는 오른쪽, |−>는 왼쪽을 가리킵니다. 수식으로 보면 차이는 |1> 앞의 부호 하나입니다.
- |+> = ( |0> + |1> ) / √2
- |−> = ( |0> − |1> ) / √2
이 부호가 위상(phase) 입니다. 지금은 측정에 드러나지 않아 숨어 있는 정보입니다.
확률 칸과 나침반을 번갈아 보세요
두 회로를 나란히 비교하세요
측정 확률은 똑같고, 나침반만 다릅니다
|0> ─ H|0> ─ H ─ Z두 회로의 측정 확률은 완전히 같습니다(50:50). 다른 것은 나침반 방향 — 수식으로 보면 |1> 앞의 부호(+/−)뿐입니다. 이 위상 차이는 지금은 측정에 드러나지 않지만, 다음 편에서 결과를 바꿉니다.
나침반은 |0>에서 X·H·Z로 만드는 x–z 평면 단면만 보여주며, 일반 블로흐 구 전체가 아닙니다. 이 데모는 잡음이 없는 이상적 1큐비트 시뮬레이션입니다.
데모만 따로 보려면 전체 화면으로 열기.
두 회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. 위쪽 나침반 / 수식 버튼으로 상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번갈아 볼 수 있습니다. 어느 쪽으로 봐도 측정 확률(P0·P1)은 두 회로가 완전히 같다는 점을 확인해 보세요. 다른 건 나침반 방향, 즉 위상뿐입니다.
모든 부호가 의미 있는 건 아닙니다
여기서 짚고 갈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. 부호(더 일반적으로는 위상)가 붙었다고 해서 항상 다른 상태가 되는 건 아닙니다.
- 전체에 붙은 위상은 의미가 없습니다. |ψ>와 −|ψ>는 물리적으로 같은 상태입니다. 어떤 방법으로 측정해도 둘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.
- 두 항 사이의 위상 차이는 의미가 있습니다. |+>와 |−>가 다른 것은 |1> 앞에만 부호가 붙어 |0>과의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.
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이 편의 주제는 "부호"가 아니라 상대적인 위상 차이입니다. 나침반 비유로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. 나침반 전체를 들고 제자리에서 도는 것은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지만, 바늘만 반대로 돌리면 가리키는 곳이 달라집니다.
이 편만 실측을 안 쓰는 이유
앞 편은 측정 버튼을 누르면 난수를 굴려 막대그래프를 그렸습니다. 이 편도 처음에는 그렇게 만들었죠. 그런데 돌려 보니 왼쪽이 48:52, 오른쪽이 51:49처럼 나왔습니다. "확률은 똑같다"는 게 이 편의 전부인데, 화면은 계속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.
2편에서 본 √N 흔들림 때문입니다. 그래서 이 편의 확률 칸만 실측을 걷어내고 이론값 50:50을 고정으로 띄웁니다. 표본오차가 핵심을 가리는 자리라서, 여기서는 재현이 아니라 비교가 먼저라고 봤습니다. 대신 그 사실을 화면과 아래 문구에 적어 두었습니다.
왜 측정에는 안 보일까
측정으로 얻는 확률은 각 항의 크기를 제곱한 값입니다. |+>든 |−>든 |1> 앞의 계수는 크기가 1/√2로 같고, 부호는 제곱하는 순간 사라집니다. (+1/√2)² 도 (−1/√2)² 도 1/2이니까요.
제곱하는 과정에서 부호 정보가 버려지는 것, 이것이 측정 확률만 봐서는 두 상태를 구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.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, 측정이라는 방법이 그 정보를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.
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. 1/√2는 소수로 약 0.7071입니다.
| |0> 앞의 수 | |1> 앞의 수 | P(0) | P(1) | |
|---|---|---|---|---|
| |+> | +0.7071 | +0.7071 | 0.7071² = 0.5 | 0.5 |
| |−> | +0.7071 | −0.7071 | 0.7071² = 0.5 | (−0.7071)² = 0.5 |
가운데 칸은 부호가 다른데 오른쪽 두 칸은 완전히 같습니다. 제곱이 부호를 지워 버리는 장면이 이 표입니다.
그렇다면 정말 구별할 수 없을까
아닙니다. 재는 방법을 바꾸면 구별됩니다. 두 상태에 H를 한 번 더 걸고 나서 측정하면 이렇게 갈립니다.
|+> 에 H → |0> 측정하면 0이 100%
|−> 에 H → |1> 측정하면 1이 100%
50:50이 아니라 100:0으로, 그것도 서로 반대로 나옵니다. 위상 차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대로 있었고, 지금까지의 측정 방법이 그것을 못 읽었을 뿐입니다.
그러니 "측정에 안 보이니 의미 없는 정보"가 아니라 "이 측정 방법으로는 안 보이는 정보" 라고 해야 정확합니다. 다음 편에서 게이트를 하나 더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.
재는 방향을 바꾸면 둘은 완전히 갈립니다
측정 확률이 같으니 두 상태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고 정리하면 절반만 맞습니다. 구분되지 않는 것은 |0>·|1> 로 잴 때뿐입니다. 재기 전에 H 를 한 번 더 걸고 측정하면 이렇게 됩니다.
|0> ─ H ─ H P(0) = 1.0000 P(1) = 0.0000
|0> ─ H ─ Z ─ H P(0) = 0.0000 P(1) = 1.0000
50:50 이었던 두 상태가 100:0 과 0:100 으로 완전히 갈라집니다. 확률이 애매해지는 구간이 아예 없으므로 한 번만 재도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 있습니다.
나침반 그림으로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. 두 화살표는 가로축의 양 끝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. |0>·|1> 측정은 세로 방향을 읽는 것이라 가로로 갈라진 차이를 놓치고, H 를 한 번 걸면 가로 방향이 세로로 돌아와 그 차이가 그대로 결과가 됩니다.
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이 편에서 가장 오래 남는 부분입니다.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무엇을 알 수 있느냐를 정합니다. 상태에 정보가 없어서 못 읽은 것이 아니라, 읽는 방향을 그쪽으로 맞추지 않아서 못 읽은 것입니다.
전체에 붙은 부호와 두 항 사이의 부호
부호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. 상태 전체에 붙은 부호는 아무 의미가 없고, 두 항 사이의 부호만 의미가 있습니다.
|ψ> 와 −|ψ> 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같은 상태입니다. 어떤 방식으로 측정해도 구분되지 않고, 어떤 연산을 걸어도 그 차이가 결과에 나타나지 않습니다. 그래서 계산 과정에서 전체 부호가 뒤집혀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.
반면 ( |0> + |1> ) 와 ( |0> − |1> ) 는 다른 상태입니다. 여기서 마이너스는 전체가 아니라 두 항의 관계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. 이 편에서 나침반이 갈라지는 것도, 다음 편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것도 전부 이 관계에서 나옵니다.
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. 부호를 밖으로 뽑아낼 수 있으면 전체 부호이고, 뽑아낼 수 없으면 항 사이의 부호입니다. −( |0> + |1> ) 는 뽑아낼 수 있으니 |+> 와 같은 상태이고, ( |0> − |1> ) 는 뽑아낼 수 없으니 다른 상태입니다.
안 보이는 정보를 꺼내려면
"측정에 안 드러나면 그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?" 싶을 수 있습니다. 다음 편에서 게이트를 하나 더 걸면, 이 숨은 위상 차이가 간섭을 통해 측정 결과를 실제로 바꿉니다.
2편 · 큐비트를 열 번 재고 내린 결론은 대체로 틀립니다를 다시 보거나, 4편 · 양자 간섭: 숨어 있던 위상이 결과를 뒤집습니다에서 두 상태가 어떻게 0과 1로 갈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.
나침반은 |0>에서 X·H·Z로 만드는 x–z 평면 단면만 보여주며 일반 블로흐 구 전체가 아닙니다. 이 데모는 잡음이 없는 이상적 1큐비트 시뮬레이션입니다.
함께 본 자료: IBM Quantum — Bloch sphere, IBM Quantum — Superposition with Qiskit